주제:아이엘츠 (읽기) (업무) 계약서
대구 (외곽) , 동광섬유 제2공장 이 (층) 회의실이었다. 창밖에서 실 감는 기계 소리가 쉬지 않고 (올라왔다) . 예비 보고는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안건) 은 (조직) 개편 하나였다.
정태민 상무님이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 “서진 씨는 자료 담당이잖아. 결론은 내가 쓸 테니까 (숫자) 만 (맞춰) 줘요.”
나는 윤서진, 서른세 살이고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매니저다. 이번 (프로젝트) 에서 내 (몫) 은 인사 자료와 (직원) 설문 (분석) 이었다. 현장 조사는 근무일로 엿새째였다.
상무님은 본사가 이 일의 책임자로 (임명한) 사람이었다. (대형) (제조) 기업의 (개편) 을 여러 번 (맡아 왔다) . 이번 결론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현장 감독 계층을 하나 줄이고, 거기서 나온 인건비로 자동화 설비를 (들인다) . 상무님은 그걸 (혁신적인) 개편이라고 불렀다.
업계에서 (명성 있는) 싱가포르 (본사) (전문가단) 도 같은 의견을 (보내왔다) . 상무님 (시나리오) 대로라면 보고서는 거의 끝난 셈이었다.
나는 보고서 첫 장의 (수신인) (칸) 을 채우려고 업무 계약서를 열었다. (전임자) 가 쓰던 (양식) 으로는 대표이사 이름만 넣으면 되는 칸이었다. 그래도 본사 (지침) 은 계약서를 보고 채우라고 했다. 영문 열두 (쪽) 짜리였고, 넷째 쪽에서 손이 (멈췄다) .
최종 보고의 수신인은 대표이사 한 사람이 아니었다. 대표이사와 노사협의회 의장, 두 사람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의장도 (검토) 절차에 (참여한다는) 문장이 이어졌다. 바로 아래 (조항) 은 더 (짧았다) . 모든 개선안은 2021년 노사 합의와 (일치) 해야 한다.
(합의문) 은 회사 게시판에 그대로 올라와 있었다. 오 년 동안 (해고) 는 없다. 현장 감독 (직급) 은 숙련 직원의 승진 경로로 유지한다. 상무님 결론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문장이었다.
나는 인사 (부서) 가 보내 준 퇴직자 (자료) 를 다시 열었다. 지난 이 년 동안 (사직한) 직원은 마흔한 명이었다. 그중 스물아홉 명이 근속 삼 년에서 오 년 사이의 숙련된 (기능직) 이었다.
퇴직 면담 (기록) 에는 (비슷한) 말이 되풀이됐다. “감독 달기까지 십이 년이 (걸린다) .” “애 둘 (부양) 하기엔 오 년 차 (임금) 이 견습생이랑 별 차이가 없다.” (회사) 는 해마다 신입을 채용했지만, (빈자리) 는 늘 삼 년 차에서 생겼다. 공장의 숙련 인력이 부족해진 이유는 (계층) 의 수보다 (승진) 속도였다.
견습생은 (첫해) 를 기능공 (조수) 로 (보낸다) . 손이 익는 건 삼 년 차쯤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사람들이 떠나고 있었다.
나는 표를 하나 (만들었다) . (근속 연수) 별 월급, 감독까지 가는 승진 (과정) , 그리고 퇴직 시점. (그래프) 로 바꾸자 선이 삼 년 차에서 뚝 꺾였다.
(저녁) 여덟 시, 표를 (들고) 상무님 (자리) 로 갔다. 상무님은 계약 상대가 대표이사 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 (화면) 은 끝까지 보지도 않았다.
“계약서는 (법무팀) 이 볼 일이고요. (자료) 담당이 결론까지 손대면 그건 (월권) 이에요.” 상무님은 내 말을 한마디로 (일축하고)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옆자리 인턴 박하람 씨가 (작게) 물었다. “매니저님, 그 표 (내일) 안 쓰시는 거예요?” 나는 (대답) 대신 표를 (부록) 마지막 장에 넣었다. 그날 밤 하람 씨 (도움) 을 받아 계약서 넷째 쪽도 그 뒤에 붙였다.
(다음 날) (아침) , 대표이사 옆에 노사협의회 김순례 (의장님) 이 앉았다. 이 공장에서만 삼십일 년을 일한 직조 기능장 (자격) 을 가진 분이었다. (작업복) 가슴에 출입 신분증이 꽂혀 있었다.
상무님 (발표) 는 순조로웠다. 셋째 장에 (현장 감독) 축소안과 자동화 비용 절감 (전망) 이 뜨자 의장님이 손을 들었다.
“이건 2021년 (합의) 랑 (모순) 이에요. 고용 (보장) 도, 승진 (경로) 도 거기 다 적혀 있어요. 우리 쪽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안) 이에요.”
상무님이 (설비) 도입이 늦어지면 (생산) 계획에 (차질) 이 생긴다고 다시 (설명했다) . 그래도 회의는 다음 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대표이사가 시계를 봤고, 회의는 십 분간 일시 중단됐다.
사람들이 복도로 (나갔다) . 나는 (늘) 앉는 회의실 끝자리에서 노트북을 열어 두었다. 상무님이 (한참) (창가) 에 서 있다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어제 그 (표) , (지금) (띄울) 수 있어요?”
나는 부록 마지막 장을 (열었다) . 상무님은 이번에는 (끝까지) 읽었다. 삼 년 차에서 꺾이는 선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다가) 물었다. “계약서 넷째 쪽은요?”
나는 그 조항을 옆 창에 띄웠다. 상무님은 한동안 (말) 이 없었다. 그러고는 넥타이를 조금 (풀었다) .
회의가 (다시) 시작되자 상무님이 먼저 (일어섰다) . 대표이사와 의장님, 하람 씨까지 다 듣는 (자리) 였다.
“어제 제가 윤서진 매니저를 (자료) 담당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 은 (취소할게요) . 본사 전문가단 의견을 제가 (과대평가했습니다) . 결론 장표는 윤 매니저가 설명하겠습니다.”
나는 부록 마지막 장을 화면에 띄웠다. 감독 계층은 그대로 둔다. 대신 기능직과 감독 사이에 조장 (단계) 를 새로 (만들어) 승진을 촉진한다. 견습생 (수습 기간) 은 열여덟 달에서 열두 달로 (줄인다) .
자동화에 쓰려던 (돈) 은 (숙련도) 수당으로 (배분한다) . 숫자로 보면 설비 한 대 값이었다. 그만큼으로 삼 년 차가 (떠나는) 선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내 분석이었다.
의장님이 처음으로 수첩을 꺼냈다. “저도 견습생으로 (출발했어요) . (현장) 감독은 그냥 자리가 아니라 십 년 넘게 쌓은 (역량) 이에요. 그 숫자는 (인정합니다) .”
대표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종 보고의 (실행) 계획은 이 (체계) 로 짜 주세요. 협의회와 (협력해서요) .”
보고가 (끝나고) (상무님) 이 장표 (파일) 의 (작성자) 칸을 (고쳤다) . 내 (이름) 이 맨 앞에 있었다. 창밖 (기계) 소리는 (어제) 저녁과 같은 속도로 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