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토플 읽기 공항 운항 공지
삼월 둘째 주 (목요일) , 제주공항 이 (층) 한빛항공 운항 사무실이었다. 활주로 (전경) 이 한눈에 보이는 (창밖) 에서 풍향 자루가 서쪽으로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섬 (전체) 가 오전부터 멈춰 있었다. 제주항 연락선이 끊겼고, (요트) 투어와 관광 (헬리콥터) 도 묶였고, 해안 (캠핑장) 에서는 (천막) 을 걷었다. 한라산 입산까지 통제되자 일정을 접은 (등산객들) 이 공항으로 몰려왔다.
오후에 남은 출발편은 세 편이었다. 고재석 지점장님이 화이트보드에 편명을 (적고) 그 (옆) 에 크게 ‘대기’라고 썼다. “여섯 시 반이면 바람이 죽어요. 그때까지만 버티면 한꺼번에 (띄울) 수 있어요.”
나는 도예린, 서른두 살, 서울 본사 운항통제센터에서 (일한다) . 이번 주는 지점 (지원) 으로 내려와 있었다. 내가 (예보표) 를 펼치려는데 지점장님이 손을 (저었다) .
“도 과장은 본사 사람이잖아요. 본사 사람은 (현장) 을 몰라. 이 섬 (바람) 은 내가 이십오 년을 봤어요. 화면 (숫자) 보다 사람 눈에 대한 (믿음) 이 먼저예요.”
직원들이 슬쩍 내 눈을 (피했다) . 나는 (대꾸) (대신) 자리로 돌아와 그날 아침에 들어온 항공고시보부터 열었다. 통제센터에서는 늘 그 (문서) 가 먼저였다.
고시보는 (짧았다) . 주 활주로는 야간 보수 공사 때문에 오후 여섯 시부터 다음 날 아침 여섯 시까지 폐쇄된다. 같은 시각, (공사용) 기중기 두 대가 보조 활주로 끝에 세워진다.
다음 문장이 (이어졌다) . 높은 장애물이 활주로에 근접하므로 보조 활주로의 (출입) 도 (막고) , (착륙) 유도 장비도 전원을 끈다. 예외는 없다.
공사 시작 시각을 (고려하면) , 여섯 시 반에 바람이 죽어도 띄울 활주로가 없었다. 공사 일정과 지점장님 (계획) 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세 편 모두 탑승을 (마친) 뒤에 결항이 되면 수백 명이 수하물을 다시 (찾느라) 큰 혼란이 (발생한다) . 그 (분노) 는 고스란히 카운터 직원들이 (받는다) .
다음은 기상청의 시간별 예보였다. 바람 (지도) 를 넘기자 저기압 (중심) 이 오후에 (동쪽) 으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예보관은 그 (흐름) 으로 세 시 사십 분부터 사십 분 남짓 바람이 북서풍으로 돌며 약해진다고 (추론했다) . 활주로 (방향) 과 거의 겹치는 (각도) 였다.
김포행 731편과 733편 기체는 (오전) 부터 (주기장) 에 서 있었다. (연료) 도 이미 실려 있었다. 731편에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통근자) 가 많았고, 733편에는 핸드볼 실업팀 선수 열여섯 명이 타 있었다. (내일) 서울에서 (결승) 을 치르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일 년 농사가 (걸려 있는) 경기였다.
오사카행 국제선은 (사정) 이 (달랐다) . 그 기체는 아직 김포에서 바람에 묶여 있었다. 탑승자 명단을 보니 (유럽) 의 단체 (관광객) 과 호주의 교환학생이 (절반) 이었다. 관광객들의 (여정) 은 오사카에서 교토로 이어졌다.
나는 (표) 를 하나 만들었다. 731편은 세 시 사십오 분, 733편은 네 시 오 분으로 출발 시각을 (변경) 한다. 오사카행은 (지금) 결항을 정해서, 승객들이 출국 심사와 세관을 (지나기) (전에) 알린다. 두 편을 (살리는) (대가) 로 한 편을 (일찍) 포기하는 계획이었다.
두 시 십 분, 그 표를 (들고)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지점장님 목소리에 (짜증) 이 묻어났다.
“ (고시보) 요? 그거 매번 (오는) 공사 (공지) 예요. 바람이 사십 분 (쉰다는) 것도 그래요. 그런 예보 하나 믿고 (비행기) 를 (올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지점장님은 (무전기) 를 챙겨 램프로 나가 버렸다.
옆자리 (신입) 안다은 씨가 작게 물었다. “과장님, (이해) 가 (안 돼요) . 그럼 (그냥) 기다려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결정은 지점장님이 하셔도 (근거) 는 (남겨) 둬야죠. 오사카행 명단만 따로 (뽑아) 줄래요?”
나는 본사에 표와 고시보를 (보내고) , 공항공사 운영실에 공사 시작 시각을 다시 물었다. (답) 은 짧았다. 여섯 시 정각, (변경 없음) . 탑승 수속 팀장님에게는 731편 승객 호출을 (미리)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 점심으로 (배달시킨) 김밥은 비닐도 찢지 못했다.
세 시 십 분이었다. (빗줄기) 에 흐려졌던 활주로 끝이 (조금씩) 드러났다. 풍향 (자루) 가 천천히 북서쪽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 무전기에서 관제탑 목소리가 바람이 예보대로 돌고 있다고 (전했다) . 사무실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문) 이 열리고 지점장님이 (들어왔다) . 점퍼 어깨가 빗물에 (젖어 있었다) . 지점장님은 (곧장) 내 자리로 와서 (모니터) 를 내려다봤다. “아까 그 표, 다시 띄워 봐요.”
나는 고시보를 옆 (창) 에 띄웠다. 지점장님은 (기중기) 문장을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로 운영실에 (직접) (전화했다) . (통화) 는 일 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 표의 (약점) 은 뭐예요?” 지점장님이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로 (물었다) . “예보가 틀리면 두 편은 게이트에서 (다시) 기다려야 해요. (그래도) 여섯 시 전이라 결항으로 돌릴 (시간) 은 있어요. 오사카행은 지금 (정하는) 게 좋고요.”
지점장님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 쪽으로 (돌아섰다) . 정비 반장님과 탑승 수속 팀장님, 다은 씨 (까지) 다 듣고 있었다.
“아까 내가 도 과장한테 (본사) 사람은 (현장) 을 모른다고 했어요. 그 말은 (취소할게요) . 나는 고시보를 안 읽었고, 도 과장은 읽었어요. (솔직히) 내가 (틀린 거예요) . 오늘 결항 판단은 도 과장한테 맡기죠.”
나는 (바로) 무전기를 (잡았다) . 731편 탑승 시작, 733편은 이십 분 뒤. (잠깐) 들러 (있던) 정비 반장님이 (타이어) 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러) (뛰어나갔다) . 핸드볼 선수들이 가방을 (메고) 게이트로 줄을 섰다. 대기실 (쪽) 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사카행 (승객) 백사십 명에게는 (결항 안내) 가 나갔다. (대부분) 출국 심사 전이었고, 수하물은 (카운터) 에서 바로 (돌려받았다) . 몇 (사람) 은 자발적으로 (다음) 날 (첫) (편) 으로 바꿨다.
(공항) 근처에 남은 (호텔) 방은 (모자랐다) . 지점장님이 사적으로 알고 지내는 (모텔) 사장님 두 분에게 전화를 걸어 방을 (채웠다) .
731편은 세 시 사십칠 분에 바퀴를 (뗐다) . 733편은 네 시 육 분이었다. 십오 분 (뒤) , 풍향 자루가 다시 (서쪽) 으로 부풀었다.
여섯 시 (정각) , (보조 활주로) 끝에 기중기 두 대가 올라섰다. 지점장님이 주먹으로 화이트보드를 한 번 톡 (두드리고는) ‘ (대기) ’를 지우고 그 (자리에) 내 (표) 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