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토플 읽기 외신 (통신) 기사
시월 셋째 주 수요일 (오후) 네 시, 방송국 보도국 칠 층 국제부였다. (저녁) 아홉 시 뉴스까지 다섯 시간이 (남아 있었다) .
나는 서지안, 서른두 살, 국제부 기자다. 입사 육 년 차지만 (회사) 에서는 (주로) 통역으로 불린다. 외신 화상 인터뷰가 잡히면 내 자리에 (메모) 가 붙는다.
그날 메모는 핀란드였다. 북유럽통신이 (낮) 에 (보낸) 짧은 (기사) 가 사내 (번역기) 를 거쳐 데스크에 올라와 있었다. 번역문 제목은 이랬다. ‘라우카 시, 노인 방치 (만연) … 시 당국 (논란) .’
문태석 차장이 그 제목을 화이트보드에 (옮겨 적었다) . “아홉 시 (국제) 꼭지로 (간다) . 일 분 사십 초. 맨날 북유럽 (복지) 를 (미화하는) 기사만 (나갔잖아) . 이번엔 민낯이야.”
“논설실도 이 번역문 (보고) 내일 (사설) (소재) 로 찍어 놨대. 복지 강국의 (추문) 이면 관심 (끌어) .”
“원문부터 봐야 하지 않을까요? 번역기는 (속어) 나 줄 바꿈에 약해요.” 차장이 (손을 저었다) . “서 기자는 통역으로 부른 건데. 다섯 시에 시청 대변인 (연결해 놨으니까) 질문이나 그대로 (옮겨 줘) .”
(옆자리) 막내 고은채가 내 쪽을 (힐끗 봤다)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원문 (파일) 을 열었다. 통역을 하려면 (어차피) 원문은 읽어야 했다.
원문은 세 단락이었다. 라우카는 인구 사만의 (소도시) 이고, 오 년 전부터 (지방자치의) 독자 사업을 하고 있었다. 혼자 사는 노인 집에 대학생이 (들어가) , (월세) (대신) 저녁 두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학생은 장을 봐 오고 (무거운) (쓰레기) 를 내다 버린다. 노인은 (요리) 와 그 집의 (예절) 을 물려준다. 기사는 이 관계를 ‘ (상호 보완적) 동거’라고 불렀다.
시는 이 사업으로 요양 (시설) 에 대한 (의존) 을 줄이려 했다. 저녁마다 나누는 (대화) 가 (기억력을) 자극한다는 (연구) 도 덧붙였다. 기사 끝에는 (익명의) 학생 한 명의 말이 붙어 있었다. 엄마 집보다 저녁이 일찍 차려진다고.
(문제) 의 (문장은) (둘째) 단락 (끝) 에 있었다. 직역하면 ‘이백십사 가구의 노인들이 남겨졌다.’ 번역기는 거기서 문장을 (끊고) ‘방치됐다’로 옮겼다. 그런데 원문은 (줄) 을 바꿔 두 단어로 (이어졌다) . ‘대기 명단에.’
이유는 (셋째) 단락에 있었다. 올해 대학생 신청이 세 배로 (급증해서) , 시가 (짝) 을 각각 면접으로 맺는 (속도) 가 (따라가지 못했다) . 이 제도의 (핵심) 이 그 면접이었다.
번역기가 그 두 단어를 (없애자) 소식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 (인기가) 너무 많아서 생긴 줄이 (시청자) 를 오도할 제목이 되어 있었다.
다섯 시, 라우카 (시청) 과 화상 연결이 됐다. 핀란드는 (오전) 열한 시였다. 사회부 기자 둘도 구경꾼처럼 (모니터) (뒤) 에 섰다. 차장은 내 뒤에서 질문지를 넘겼다.
(첫) 질문은 이랬다. “ (노인) 방치에 대해 시에 (책임) 이 있다고 보십니까?” 나는 그대로 옮겼다. 대변인 아이노 코르피 씨는 (흥분하지 않았다) . “방치요? 그건 (터무니없는) 번역이에요.”
나는 원문 문장을 화면에 (띄우고) (물었다) . “이백십사 가구가 대기 명단에 있다는 (뜻) 이 (맞습니까) ?” “ (물론) 이죠. 학생 신청이 너무 (많아서요) .”
“면접 기준을 느슨하게 하면 (명단) 은 금방 줄어요. 그래도 (최소) 의 (절차) 로 줄이지는 않기로 했어요. 낯선 사람과 (한집) 에 사는 일이라, 노인 쪽 (선택권) 도 (인권) 이니까요.”
대기 중인 노인들의 처지도 물었다. 시는 그들을 따로 돌본다고 했다. (동네) (진료소) 의 간호사와 (의사) 가 번갈아 집을 살펴본다. (겨울) 을 앞두고는 독감 접종 같은 (예방적인) 방문을 먼저 한다.
“ (짝) 사이에 (갈등) 이 발생하면 시가 (중재해요) . 짝이 안 맞으면 둘 다 (곤경) 에 빠지거든요. 다음 달에는 사업 다섯 돌을 축하하는 행사도 열어요.”
(그 후) 이십 분은 (질문지) 없이 흘러갔다. 대변인은 (방치) 라는 표현을 끝까지 (부정했다) . 같은 (제도) 를 정부가 전국적으로 넓히는 안을 (검토 중) 이라는 자료도 보내 주었다.
차장은 화이트보드 앞에 (말없이) 서 있었다. 그러다 (번역문) 출력본을 (들고) 내 자리로 왔다. “원문 그 줄, 다시 띄워 봐.”
나는 원문과 번역문을 (나란히) (띄웠다) . (차장) 이 ‘대기 명단에’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번역문에는 그 두 단어가 (통째로) 빠져 있었다. 차장은 (한참) 그 줄을 들여다보았다.
차장이 (고개를 들고) 국제부를 (둘러보았다) . 부장과 (편집 담당) , 사회부 (기자들) , 은채까지 다 듣고 있었다.
“아까 서 기자한테 (통역) 으로 부른 거라고 했지. 그 말은 (취소할게) . 오역을 (잡은) 것도, 대변인한테 맞는 (질문) 을 한 것도 서 기자야. 이 (꼭지) 구성은 서 기자가 (정해) .” 차장은 그 (자리) 에서 논설실에 (전화) 를 걸어 메모를 내려 달라고 했다.
나는 화이트보드의 제목을 지웠다. (새) 제목은 ‘라우카의 하숙생들, (신청) 세 배.’ (첫 장면) 은 시청이 보낸 (영상) 으로 열기로 했다.
영상 속에서는 여든한 살 (할머니) 와 스물두 살 대학생이 (부엌) 에서 (빵) 반죽을 하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둘만의) 의식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학생을 ‘우리 집 (동료) ’라고 (다정하게) 불렀다.
둘은 첫 면접 날 (우연히) (같은) (노래) 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학생은 북부 시골 출생지를 떠나 처음 도시로 온 경우였다.
학생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엔 (적응) 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매일 저녁을 같이 먹으니까 (애정) 이 (생기더라고요) . 저한테는 소중한 두 시간이에요.”
두 번째 장면은 대기 명단의 (숫자) , (마지막) 은 대변인 인터뷰 십오 초였다. 은채가 (다급하게) 자막을 뽑았고, 편집 담당은 영상을 일 분 사십 초에 (맞췄다) . (방송) 이 임박해서야 편집이 (끝났다) .
(뉴스 앵커) 원고의 첫 문장도 내가 썼다. 혼자 사는 (노인) 과 (대학생) 이 한 지붕 아래에서 서로의 저녁을 (채우는) 도시가 있습니다.
아홉 시 십이 분, 그 (꼭지) 가 나갔다. 차장은 (화면) 을 끝까지 보고 나서 화이트보드 구석에 (작게) (적었다) . 원문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