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9급 영어 (안내문)
(월요일) (오전) 9시 5분, 남문경찰서 (민원실) 이었다. 대기석은 벌써 (가득) 찼고, 아침 커피 (냄새) 가 났다. 번호표 기계 두 대 중 하나는 지난주부터 (고장 난) 채였다. 남은 한 대가 하루 종일 혼자 번호를 뽑는다.
나는 도현서, 스물일곱 살, 민원실 (행정) 9급이다. 여기 (앉은) 지 다섯 (달째) 다. 분실 신고, 면허 재발급, (각종) (확인서) 가 내 몫이다. 벽에는 분실 신고 안내문이 국문과 영문으로 나란히 붙어 있다.
7번은 히잡을 단정히 쓴 (여자분) 이었다. 그녀는 접수대 앞에서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 (안녕하세요) . 저는 디안이에요. 인도네시아에서 (왔어요) . (지갑) 을 잃어버렸어요. 어젯밤 10시, 742번 버스예요.”
“ (같이) 오신 분은 없으세요? (어디쯤) 에서 내리셨어요?”
“ (혼자) 왔어요. 터널 (지나서) 두 정류장이요. 지갑에 외국인등록증이 있어요.”
(옆자리) 기상혁 (주무관) 이 이쪽을 (흘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 민원실 8년 차, 분실 업무를 제일 (오래) 한 사람이다.
“외국인등록증은 출입국 (업무) 예요. 여기서 해 드릴 건 없어요. 출입국에 가서 재발급하시면 돼요.”
“주무관님, 분실 신고 접수증은 (여기서) …….”
“현서 씨는 접수대나 (지켜요) . 이런 건 (전형적인) 출입국 건이에요.”
(처음에는) 나도 그 (말) 을 의심하지 않았다. 디안 씨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말뜻을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그의 (반응) 은 읽은 (얼굴) 이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 제가 한 번 더 (알아볼게요) .”
“네.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
이상하게 벽의 영문 (안내문) 이 (눈에 걸렸다) . 한 장짜리 요약본이었다. 나는 서랍에서 국문 원본을 꺼냈다. 두 장이었고, 맨 아래 개정 날짜가 영문본과 달랐다. 영문본은 (이전의) 판을 옮긴 것이었다.
원본 첫 장은 일반 분실물이었다. (버려진) 물건처럼 (보여도) 남의 물건을 (주워) 신고하지 않으면 (위반 행위) 가 된다. (불법적으로) 가진 (경우) 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습득물은 분실물과 (구별해) (철저한) 기록을 남기고, 관할 지역 경찰서가 6개월 동안 (보관한다) . 주운 사람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보상) 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영문본에도 있었다.
둘째 장 (중간) 에 한 단락이 있었다. “외국인등록증, 여권 등 신분증을 잃어버린 경우에 경찰서는 분실 신고 (접수증) 을 (발급한다) . 출입국·외국인관서에서 재발급을 신청할 때 이 접수증은 (필수적인) (서류다) .”
마지막 단락은 이랬다. “ (대중교통) 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운송) 회사가 먼저 (보관한다) . 회사는 일주일 뒤 관할 경찰서로 넘긴다.”
영문 요약본에는 두 단락이 (모두) (빠져 있었다) . 안내가 틀린 게 아니었다. (단지) (오래된) 판이었을 뿐이다. 왠지 디안 씨가 접수대 앞에서 허리를 굽히던 모습이 (떠올랐다) .
“디안 씨, 여기서 (분실) (신고) 접수증을 (드릴) 수 있어요. 출입국에서 재발급할 때 꼭 (내야) 하는 서류예요.”
(신원 확인) 은 (여권) 으로 했다. 국적과 이름, (체류 기간) 을 차례로 (입력했다) . 분실 발생 장소 칸에는 “742번 시내버스, (터널) 북동쪽 두 정류장 사이”라고 적었다. 접수증에 (원형의) 직인을 찍었다.
그리고 버스 회사 유실물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 담당자는 (시간별) (운행 기록) 부터 찾았다. (마지막) (회차) (탑승자) 수까지 나와 있었다.
“기사님이 종점에서 (손님) 을 다 내려주고 (주차장) 에서 차를 점검하시거든요. 잠깐만요.”
(예상) 보다 빨리 담당자가 (돌아왔다) . “있네요. 뒷문 옆 (좌석) (가장자리) 의 (얕은) 틈에 끼어 있었대요. 기사님이 손을 넣어 뽑아냈답니다.”
“지갑 (표면) 에 (음료) 가 조금 묻었대요. 그래서 약간 (끈끈하다고) 하시네요. 차고지 사무실에 있습니다.”
나는 (통화를 마치고) 디안 씨에게 직접 말했다. “ (찾았어요) . (버스 회사) 에 있대요. 등록증도 (그대로예요) .”
디안 씨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 (정말요) ? 기사님, (정직해요) . 감사해요.”
차고지는 이 구에서 (가장 먼) 북동쪽 (끝) 에 있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했다) . 나는 (지도) 에서 노선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갈아타는 정류장을 메모지 위에 적었다. 재발급은 지갑을 받은 뒤 (결정하셔도) 된다고 했다.
그사이 기 주무관이 통화를 우연히 듣고 의자를 (옆으로) (밀었다) . 접수증 출력 기록과 메모지를 번갈아 봤다.
“접수증을 (왜) 냈어요? (출입국) 건이라니까.”
“국문 (원본) 둘째 (장) 이요. 신분증 (분실) 은 여기서 접수증을 내주게 돼 있어요. 마지막 단락은 대중교통 분실물이고요. 영문본에는 (둘 다) 빠져 있었어요.”
감정적으로 말할 일이 아니었다. 기 주무관은 둘째 장을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일어나) (벽) 의 영문 (안내문) 앞에 섰다. 개정 날짜를 손끝으로 짚었다.
대기석의 (민원인) (여럿) 이 그쪽을 보고 있었다. 기 주무관이 돌아와 디안 씨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 “제가 (잘못) 안내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를 봤다. “아까 (접수대) 나 지키라고 한 말은 취소할게요. 저 안내문만 (믿고) 원본을 안 봤어요.”
그래도 그는 하나를 (지적했다) . 접수증의 발급 사유 칸이 (비어) 있었다. 나는 (바로) “외국인등록증 재발급용”이라고 채웠다.
기 주무관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말했다) . “ (영문) 안내문, 현서 씨가 원본대로 다시 (써 줘요) . 대기 (시간) 줄이려면 그게 먼저겠어요. (주기적인) 점검도 현서 씨가 맡고요.”
“네. (오늘) 오후에 (초안) 드릴게요.”
디안 씨는 메모지를 여권 사이에 끼웠다. 기사님을 (칭찬하는) 글을 버스 회사에 (남기겠다고) 했다. “어제는 걱정 많이 했어요. 이번에는 (앞자리) 에 앉을 거예요.” 디안 씨가 (웃었다) .
나는 벽에서 영문 (요약본) 을 조심스럽게 (떼어 냈다) . 테이프 (자국) 이 네 귀퉁이에 남았다. 원본 둘째 장을 (복사해) 그 자리에 붙이고 호출 버튼을 (눌렀다) . 화면에 8번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