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토플 강의 생태학 현장 조사
월요일 아침 여덟 시, 환경과학관 이 층 연구실이었다. 싱크대에는 지난주 실험에 쓴 비커가 수북했다. 창밖으로 아침 해를 받아 빛나는 산맥 정상이 보였다.
나는 강도윤, 스물여섯 살, 환경과학 석사 1년차다. 서울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라미레스 교수님 연구실에 온 지 삼 주가 됐다. 한국에서도 현장 조사를 두 해 했지만, 이곳 지리는 아직 낯설었다.
연구실은 고산 데이지와 개미를 연구한다. 데이지 씨앗에는 작은 기름 덩어리가 붙어 있어서, 개미가 씨앗을 집으로 가져간다. 기후가 바뀌면 이 생태적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연구실의 주제다.
이 데이지는 주 정부가 위험에 처한 종으로 지정해 보존하는 꽃이다. 같은 산에 살던 가까운 종 하나는 이미 멸종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연구실은 꽃이 피고 씨앗이 퍼지는 주기를 해마다 같은 구역에서 잰다.
다음 주에 올해 첫 현장 채집이 잡혀 있었다. 경로는 박사과정 5년차 케빈이 짰다. 나는 회의가 끝나고 그에게 경로 짜는 걸 옆에서 배워도 되냐고 물었다.
케빈은 지도에서 눈도 들지 않았다. "새로 온 사람은 비커나 닦아. 이 산은 내가 오 년 동안 다녔어."
옆자리 프리야가 시선을 돌렸다. 나는 꾹 참고 장갑을 끼었다. 비커 닦는 일은 이미 익숙했다. 솔직히 말하면 얼굴이 조금 화끈거렸다.
케빈의 경로는 겉보기엔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는 일정을 두 날로 나누었다. 첫날은 아래쪽 1구역부터 3구역까지, 둘째 날은 위쪽 4구역부터 6구역까지 올라간다.
"채집은 반드시 아래부터야. 고도가 낮은 데서 꽃이 먼저 피니까." 케빈은 급하게 표를 채우며 그렇게 말했다.
싱크대 위 선반에는 두꺼운 현장 기록철이 꽂혀 있었다. 2019년부터 연구실 학생들이 교대로 써 온 기록이었다. 비커가 마르는 동안 나는 그것을 펼쳤다.
앞부분은 흔한 측정값이었다. 토양 온도와 화학 성분, 구역마다 핀 꽃의 수, 개미 무리의 수와 씨앗 수. 유전자 분석용 잎 샘플의 번호도 적혀 있었다.
기록철은 여러 사람의 손글씨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도 형식은 똑같이 유지되었다. 칸 옆에는 가끔 작은 발견이 메모로 붙어 있었다.
나는 마지막 쪽까지 넘겼다. 작년 기록은 졸업한 선배 리사가 썼다. 위쪽 남향의 바위투성이 사면, 5구역의 눈이 올해도 가장 먼저 녹았다고 적혀 있었다.
봄에는 그 사면이 태양의 빛을 정면으로 받는다. 남향 사면의 특성이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따라서 그 구역의 꽃은 아래쪽보다 열흘 먼저 핀다. 고도 순서로 채집하면 위쪽 씨앗은 이미 흩어진 뒤다.
마지막 단락은 개미와 날씨에 관한 것이었다. 개미는 흙이 데워지는 오전 열 시가 지나면 바빠진다. 씨앗 수는 그 전에 세야 정확하게 남는다. 오후에는 번개가 잦으니 위쪽 작업은 정오 전에 끝낸다.
기록철 맨 뒤에는 칠 년 치 눈 녹는 날짜가 표로 붙어 있었다. 변화는 5구역에서만 보였다. 날짜가 해마다 조금씩 앞당겨졌다. 아래쪽 구역은 거의 그대로였다. 리사의 추론은 짐작이 아니라 이 표 위에 서 있었다.
케빈의 경로로 가면 5구역에는 틀림없이 늦는다. 나는 비커를 다 닦고 나서 종이에 새 경로를 그렸다. 첫날 새벽 다섯 시에 바로 5구역까지 올라가 열 시 전에 씨앗을 센다. 4구역과 6구역을 거쳐 내려오고, 아래쪽은 둘째 날로 미룬다.
오후에 그 종이를 케빈에게 보여 줬다. 그는 처음에 피식 웃었다. "기록은 기록이고, 산은 내가 알아." 그는 종이를 내 쪽으로 밀었다.
수요일 연구실 회의에는 라미레스 교수님과 학생 여섯 명이 모였다. 케빈이 화면에 경로를 띄우고 침착하게 일정을 설명했다. 아래부터 차례로 올라가는 계획이었다.
교수님이 물었다. "5구역 눈은 언제 녹을 것 같아요?" 케빈은 확실히 대답하지 못했다. 잠깐 난처한 얼굴이 됐다가 말했다. "아마 다음 주쯤일 겁니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불쑥 말했다. "기록철 마지막 쪽에 칠 년 치 날짜가 있습니다. 5구역은 작년에도 바로 이번 주에 녹았어요."
케빈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작년 한 해 얘기잖아." 프리야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칠 년 모두 그렇다고 대답했다.
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케빈이 말없이 일어나 선반에서 기록철을 가져왔다. 그는 기록철을 꽉 잡고 서서 마지막 다섯 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표의 숫자를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
그는 기록철을 내려놓고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폈다. 그러고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봤다.
"월요일에 도윤한테 비커나 닦으라고 했지. 그 말은 취소할게. 내 경로는 틀렸어. 이번 채집은 도윤이 짠 경로로 간다. 첫날 새벽에 5구역부터. 지금 바로 일정표를 고치자."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사가 훌륭한 기록을 남겼고, 그걸 끝까지 읽은 사람이 경로를 정하는 게 마땅하죠. 도윤 씨가 첫날 인솔을 진행해요. 케빈은 장비를 맡고요." 프리야가 테이블 아래로 내 팔을 살짝 쳤다.
그다음 주 월요일, 등산로 입구는 몹시 추운 새벽이었다. 우리는 헤드램프를 켜고 끝없는 바위 비탈을 올랐다. 얼음이 낀 구간에서는 다들 속도를 줄였다.
5구역에 닿았을 때 동쪽 하늘이 막 밝아 오고 있었다. 시력이 좋은 프리야가 바위 틈의 첫 꽃을 먼저 찾았다. 데이지는 막 피어 있었고, 개미는 아직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케빈이 내 옆에 장비 상자를 내려놓았다. "오늘 기록은 네가 써. 그게 인솔자의 의무야." 나는 첫 번째 꽃 앞에 무릎을 꿇고, 씨앗을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