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토익 Part 3 공용 세탁실
(토요일) (아침) 은 우리 셰어하우스의 (빨래) 날이다. 일 층 세탁실에는 (세탁기) 가 한 대뿐이라, 다섯 명이 (시간을) 나눠 쓴다. 입주 2년차인 나는 늘 아홉 시 칸을 차지한다.
그런데 (오늘은) 세탁기 (앞에) 누가 먼저 와 있었다. 지난주 옆방에 들어온 마테오였다. 스페인 세비야에서 온 (교환학생) 인데, 아직 이 집의 (방식) 이 (낯선) 눈치였다.
"하은 씨, 이거… 안 돼요." 마테오가 세탁기를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 통 안에는 (흰) 시트 한 장과 베개 커버가 축축하게 엉켜 있었다.
버튼은 (전부) 한글이었다. (표준) , 울 세탁, 헹굼, (탈수) . 마테오는 (번역기) 를 (켜 봤지만) 엉뚱한 말만 떴다고 했다. 여기저기 물어보려 했는데 다들 자고 있었다.
"탈수가 없어요. 물이, 그대로." 마테오가 (젖은) 시트를 (들어 보이며) 중얼거렸다. 그 얼굴이 처음 이 집에 온 날의 나를 닮아 있었다.
"같이 해 봐요." 나는 (바닥) 에 (엉덩이를) 대고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버튼을 하나씩 (가리켰다) . 마테오는 옆에 앉아 내 손끝을 열심히 (관찰했다) .
"이건 표준. (매일) 입는 (옷) ." 나는 (티셔츠) 를 흔드는 시늉을 했다. "이건 울 세탁. (스웨터) , 살살." 손으로 스웨터를 살짝 (쓰다듬는) 흉내를 내자 마테오가 웃었다.
버튼 종류가 (많아서) 말로만은 금방 헷갈렸다. 나는 (방으로) (올라가) 메모지 한 묶음과 펜을 (가져왔다) .
버튼마다 메모지를 (붙이고) , 한글 밑에 마테오가 (스페인어로) (뜻을) 적었다. (그림) 은 내가 맡았다. 탈수 밑에는 빙글빙글 도는 화살표를 (그렸다) . (순전히) 내 솜씨라서 화살표가 꼭 달팽이 같았다.
"달팽이, (좋아요) . (기억해요) ." 마테오가 엄지를 들었다. 탈수 옆의 (작은) (버튼) 에는 내가 토끼를 그렸다. 탈수 속도를 높이는 버튼이었다.
(중간에) 수빈 언니가 (바구니) 를 안고 (내려왔다) . 이 집에서 제일 오래 산 언니다. 언니는 달팽이와 토끼를 한참 응시하더니 (소리 내어 웃었다) . "이거 좋다. 나도 맨날 (헷갈렸어) ." 언니는 내 그림을 칭찬하고 (사진) 까지 (찍었다) .
탈수가 도는 동안 마테오가 (시트) 한쪽을 (보여 줬다) . 커피를 (쏟은) 얼룩이었다. "엄마가… 야단쳐요. (비싼) 거." 집에서 (챙겨 준) 시트라고 했다.
나는 부엌 (찬장) 에서 주방 세제와 (안 쓰는) 칫솔을 꺼냈다. 얼룩 (부분) 에 세제를 (묻히고) 칫솔로 (가볍게) 두드렸다. (문지르면) (번진다는) 건 이 집에서 두 해를 겪으면서 배운 요령이다.
"손톱으로 긁지 말고, 톡톡." 마테오가 (따라서) 두드렸다. 그는 얼룩 (가장자리) 까지 철저하게 두드렸다. 헹구고 나니 얼룩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정도가 되었다.
세탁이 (끝나자) 우리는 건조대를 (창가) 쪽으로 옮겼다. 햇볕이 제일 잘 드는 (위치) 였다. 마테오가 건조대 (날개) 를 양쪽으로 활짝 폈다.
마테오는 젖은 시트를 (공중에서) (크게) 휘두르듯 털었다. 물방울이 내 얼굴까지 튀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고) , 마테오는 미안하다며 두 손을 (모았다) .
시트를 널면서 마테오가 (흥겨운) (노래) 를 흥얼거렸다. 세비야에서는 할머니가 빨래를 (담당한다고) 했다. 할머니의 세탁기는 버튼이 딱 두 개라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 세탁기, (엄청난) 적이에요." 나는 웃음이 터졌다. (가족) 도 (룸메이트) 도 없이 방을 (혼자)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가족을 (떠나) (독립적으로) 지내는 셈이었다.
빨래를 널고 우리는 부엌으로 갔다. 마테오가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 스페인에서 가져온 (차) 가 있다고 했다.
물이 끓는 동안 마테오가 사진을 보여 줬다. 세비야 외곽의 작은 (집) 이었다. (벽돌) 로 쌓은 벽에, 거실 한쪽에는 (벽난로) 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만들었어요) . (손) 으로, 전부." 마테오가 벽돌을 쌓는 시늉을 했다. 가족들은 그 집을 오두막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평생) 그 집을 고치면서 (살았다) .
다음 사진에는 (똑같은) (얼굴) 이 둘 있었다. "쌍둥이. (누나) 랑 나." 누나는 지난달에 아기를 낳았다. 사진 속 (갓 태어난) 조카는 하얀 이불에 (싸여) (자고 있었다) .
"누나가 아기 돌보는 거, 가족 모두 같이 해요. 할머니도, 나도." 스페인 가정에서는 (육아) 를 다 같이 (나눈다고) 했다. 마테오가 두 (팔) 로 아기를 안는 (시늉) 을 했다.
차를 마시며 나는 (냉장고) 옆 (집안일) (당번표) 를 보여 줬다. 이름과 요일, 할 일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이번 주 마테오의 칸은 (전자레인지) 청소였다.
당번표 옆에는 (집주인) 아주머니의 (안내문) 도 붙어 있다. 이 집은 주거용으로만 (임대하고) , 공용 공간의 (유지) 는 세입자 모두가 함께 맡는다는 내용이다.
그 밑에는 작은 글씨가 이어진다. (매달) 첫째 주에 (소방 검사) 가 있고, 봄가을에는 해충 방역이 있다. 부엌이 (지저분하면) (거주자) 전원에게 (문자) 가 간다.
마테오가 안내문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었다) . 모르는 단어마다 내가 손짓으로 (설명했다) . 방역에서 그가 막히자, 나는 (벌레) 를 손으로 (쫓는) 시늉을 했다. 마테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전자레인지 청소, 어떻게요?" 나는 (그릇) 에 (물) 과 식초를 담아 넣는 시늉을 했다. 삼 분 돌리면 김이 서려서 (닦기) (쉽다) . 마테오가 메모장에 작은 그림까지 그렸다. " (현명해요) , 하은 씨."
(오후) 가 되자 시트는 햇볕에 (빠르게) 말랐다. 마테오가 시트를 걷어 내게 내밀었다. 손에 닿는 (감각) 이 (보송보송했다) .
우리는 마른 빨래를 개서 (각자) 방으로 (정리했다) . 빈 바구니는 세탁실 (선반) 에 치웠다. "하은 씨, 토요일 열 시 (칸) , 내 거 해도 돼요?" 나는 당번표 열 시 칸에 마테오의 이름을 적어 준다.
세탁기 (앞면) 에는 (메모지) 가 (그대로) 붙어 있다. 달팽이와 토끼 밑에, 마테오의 스페인어가 작게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