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아이엘츠 라이팅 교육
십일월 둘째 주 월요일, 런던 블룸즈버리의 교육대학원 사 층 세미나실이었다. 오래된 건물은 기차역을 (연상시키는) 높은 창을 달고 있었다. 창밖으로 비가 그친 (황량한) 광장이 보였다.
나는 윤서진, 스물다섯 살, 비교교육학 (석사) 1년차다. 서울에서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 교사를 이 년 하다가 이곳에 왔다. 런던 생활에는 아직 (적응하는 중이다) .
첫 학기 과목 중 하나가 '교육과 사회' 세미나였다. 이번 주 질문은 학생을 능력별로 분리하는 반 편성이 (효과적인가) 였다. 아이엘츠 라이팅에도 (자주) 나오는 주제라, 나는 (미리) 노트에 찬반과 (대안) 을 나눠 적어 두었다.
(담당) 교수님이 (학회) 에 가 있는 2주간은 박사과정 튜터 톰이 세미나를 (맡았다) . 화요일 세미나 전날, 그는 (준비) 모임에서 순서를 정리했다.
"내일 토론은 내가 열게요. 서진 씨는 국제학생이니까 기록이나 해요. 솔직히 영국 교실을 겪어 본 사람이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잖아요) ."
나는 펜을 내려놓고 (고개만 끄덕였다) . (마음) 이 조금 무거웠지만 (감정적으로) 받지 않기로 했다. 원래 내 차례라는 말은 그 순간 나오지 않았다.
모임이 끝나자 옆자리 프리야가 커피를 건네며 나를 (위로했다) . "톰은 늘 (지나치게) 서둘러." 나는 웃으며 감사하다고 했다.
톰의 (발표) 원고는 공유 폴더에 올라와 있었다. (중심) 자료는 1970년대 런던 북부 초등학교들을 조사한 연구서였다. 이 분야에서는 (사실상)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었다.
그는 둘째 장의 표 하나로 (결론을 냈다) . 섞어 놓은 반의 (점수) 가 능력별 반과 (비교하여) (상당히) 낮았다는 것이다. 능력별 편성은 아이들의 (잠재적) 능력을 지키는 (필수적인) 장치라는 문장이 세 번 나왔고, 모두 그 표에서 비롯됐다.
기록하려면 쪽수가 필요했다. 저녁에 도서관에 들를 생각으로 (교수님) 이 (학기) 초에 (나눠 준) 읽기 목록을 꺼냈다. 타자기 글씨체로 인쇄된 넉 장짜리였다. 첫 장만 보고 덮어 두었던 목록을 이번에는 끝까지 읽었다.
넷째 장 맨 아래에 작은 글씨의 안내가 있었다. 이번 주 연구서는 아홉 번째 장부터 읽을 것. 앞의 여덟 장은 저자가 첫해에 쓴 예비 조사이고, 저자는 아홉 번째 장에서 그 표를 (스스로) 고쳤다.
이유도 적혀 있었다. 첫해의 표는 학교 다섯 곳 가운데 한 곳의 자료만 포함했고, 그 학교는 그해 교사가 절반 넘게 바뀌었다. 둘째 장의 표는 예비 자료로만 (인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토론 진행은 수강생이 교대로 맡는다. 6번째 주 진행자, 윤서진. (그때까지) 나는 순서표를 따로 본 적이 없었다.
도서관에서 연구서를 빌려 (기숙사) 로 돌아갔다. (50번째) 쪽에 톰이 (인용한) 표가 있었다. 나는 아홉 번째 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저자는 다섯 해 동안 같은 아이들을 따라갔다. 섞어 놓은 반의 아이들은 셋째 해에 점수를 따라잡았고, (다섯째) 해에는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결론은 톰의 원고와 (정반대) 의 방향이었다. 나는 그 쪽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화요일 오후 두 시, (수강생) 열두 명이 세미나실로 들어와 둘러앉았다. 올리는 같은 기숙사의 학부생 친구까지 데려왔다. 사람들은 (각각) 노트를 펼쳤다.
톰이 둘째 장의 표를 화면에 띄우고 (말의 속도) 를 높였다. "이 숫자는 분명합니다. 능력별 (편성) 이 아이들의 (기준) 을 (지켜 줍니다) ." 몇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문장을 기록 파일에 그대로 옮겼다.
프리야가 손을 들었다. "이 표는 몇 학교의 자료예요?" 톰은 그 질문에 (응하여)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다섯 학교죠. 연구서 전체가 그렇게 되어 있어요."
(가슴이 뛰었지만) 나는 그 기분을 떨쳐내고 손을 들었다. 목록을 (명심하라던) 교수님 말이 (떠올랐다) . "읽기 목록 넷째 장을 띄워도 될까요?"
화면에 (타자기) 글씨가 떴다. 나는 그 단락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었다. 첫해의 표는 한 학교의 자료라는 대목에서 몇 사람의 얼굴에 (놀라움) 이 번졌다.
톰은 목록을 달라고 했다. 그는 (몸을 숙이고) 첫 장부터 넷째 장까지 끝까지 읽었다. 그다음 연구서를 펴서 아홉 번째 장의 표를 찾았다. 아무도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출력본을 탁자 가운데 내려놓고 한 발 물러났다.
"여러분, 제가 (예비) 조사의 표만 보고 (결론) 을 냈어요." 톰이 세미나실을 둘러봤다. "서진 씨, 어제 국제학생이니까 기록이나 하라고 한 말은 (취소할게요) . 목록을 끝까지 읽은 건 서진 씨예요. (원래) 이번 주 진행자도 서진 씨고요. 오늘 토론은 서진 씨가 진행해요."
그는 내 자리로 와서 기록 파일을 받아 갔다. 그러고는 (손짓) 으로 화이트보드 쪽을 가리켰다.
나는 앞으로 나가 두 가지 (개념) 을 적었다. 능력별 편성과 혼합 편성. 둘 중에서 고르기 전에 물을 것이 하나 있었다. 아이들의 점수를 (결정하는) 건 반 편성인가, 교실에 (남은) 교사인가. 전날 밤에 생각해 낸 질문이었다.
올리는 열한 살 때 능력별 반에서 겪은 (좌절감) 을 (꺼냈다) . 프리야는 인도의 사례를, 나는 서울 교실의 이야기를 보탰다. (실제) 의 교실은 표보다 (복잡했다) . 다들 (편안하게) 서로의 말을 받아 이어 갔다.
(즐거운) 한 시간이 금방 갔다. 결론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 점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세미나) 가 끝나고 톰이 (다가왔다) . "제 (학위논문) 둘째 장, 한번 읽어 줄래요? 저도 예비 (자료) 를 쓴 데가 있어서요."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밖으로 나오니 광장의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나는 읽기 목록을 가방 맨 앞 칸에 다시 넣었다.